Father - 23 [完]

Fiction/인혁민우 | 2014.09.06 04:07
Posted by Fakeforfic







비장 적출, 간 일부 절제... 큰 수술이었다. 하지만 바로 들어온 수혈로 Arrest 직전까지 갔던 이민우의 생명은 궤도 안에 가까스로 올라섰고, 수술은 무사히 끝이났다. 그러나 중환자였고, 기계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민우의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을 어머니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았다.









[인혁/민우] Father

wb.3F









"외국은 Rh- 형들이 많은데... 한국에는 Rh-형들이 1%인데다가... Rh-O형은 십만명 중 한 명이잖아요. 그래서 못구할 줄 알았습니다."

"...... 일주일이면 구해질 줄 알았죠.

"저도요. 근데 갑자기 긴급수술이 터질 줄 누가 알았습니까. 근데- 그 십만명 중 한 명이 누굽니까?"

"...... 이민우 어머니요."

"아..."

"......"

"어디가요?

"아 보러요."




자리에 일어나서 터벅터벅 걸어가는 인혁의 모습은 기쁨과 슬픔, 많은 감정이 담겨 있어 Dr.Will은 턱을 괴고 그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인혁이 신생아 중환자실에 들어섰고, 이민우 아기 라고 적혀 있는 인큐베이터 앞으로 갔다. 그 곳에는 수술복을 입은 이민우의 어머니도 서 있었다.



"...... 어머님... 안녕하십니까?"

"......"




아이는 작았지만... 꿋꿋하게 살아있었다. 두 손이면 가려지는 자그마한 아이를 보며 인혁은 약간의 미소를 흘렸다. 아빠가 왔는데 눈도 안뜨고 매일 자는 모습만 보이는게 야속했지만... 살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아이를 빤히 보다가 인혁을 보지도 않고 나가버리는 민우의 어머니는 따라 나섰다.




"... 감사합니다."

"......"

"수혈 해주셔서... 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됐습니다."

"... 이민우는 보셨습니까?"

"아뇨-."

"......"



단호한 말에 인혁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고, 걸음을 잠시 멈춘 여자가 입술을 깨물더니 다시 걸음을 옮기며 들릴듯 말듯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 안 깨어났다고 들어서요."

"아, 기계 호흡때문에 일부로 좀 재워두고 있습니다. 자가 호흡 가능하면 깨어날겁니다."

"...... 상태... 괜찮나요?"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민우의 어머니는 걸음을 빠르게 옮겼고, 그런 어머니에게 인혁은 더 빠르게 다가서서 앞을 가로막았다. 그런 인혁을 보고 인상을 쓰는 여자에게 인혁은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

"용서해주십시오. 그리고... 이민우...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 당신하고 이민우... 참 나쁜 놈들이야."

"......"

"당신들이 날 세상에서 가장 나쁜 어머니로 만들어. 내 속이... 얼마나 비참하고 찢어질 듯 아플지... 이민우나 당신은 모를거야."

"...... 죄송합니다."

"... 용서할 생각 없습니다. 차 안에 옷가지랑 구두들도 싹 다 가져가세요. 그거 주러 왔다가 사단이 이리 났네..."

"어머님..."

"...... 선물 보내지 마세요. 받을 마음 없습니다. 돌려주는 것은 지금 한번 뿐입니다. 앞으로 보내면 바로 버리고 불태울거니 그리 아세요."





그렇게 차갑게 가버리는 어머니를 보고 인혁은 한숨을 쉬었다. 민우에게 어머니를 안겨드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인혁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는 천천히 지금은 비어있는 민우의 원래 병실로 가니 민수가 거의 눕듯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인혁을 보자 슬며시 미소를 짓더니 몸을 일으키는 민수가 밝은 목소리로 긴장이 풀려서 좀 쉬고 있었다며 여기 앉으라고 인혁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 민수씨."

"형, 괜찮죠?"

"많이 호전됐어요. 수술 경과도 나쁘지 않고."

"아기 보셨어요?"

"네."

"예쁘던데요?... 근데 최인혁씨 닮았어요... 민우형 유전자는 없나봐요?"

"...... 코는 이민우 닮았어요."

"예?"

"눈은 날 닮아 쌍커풀져서, 나랑 비슷해보이지만... 코는 이민우 닮았어요. 귀도 이민우 닮았구요."

"아... 역시 애아빠는 다르네요. 세세하게도 보셨네."

"이제 가려고요?"

"...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요. 아, 우리 조카 보고 싶어서 자주 와야겠다. 아, 그나저나 민우형 언제 깨어나요?"

"기계호흡때문에 일부로 재워놓은거에요. 민우 보고 왔어요?"

"네... 근데- 형 가까이에는 못갔어요."

"... 왜요?"

"...... 엄마가... 있었거든요."

"......"

"왜 안 일어나냐고... 울면서 중얼거리는데...... 가까이 못가겠더라고요."




그 말에 머리를 누가 때린 듯한 놀람에 인혁은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입에 미소가 걸렸다. 그런 인혁을 보더니 아까 싸다만 짐을 마저 챙기고는 어깨에 맨 민수는 조금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인혁에게 말했다.




"저도 엄마처럼 우리 형 임신시킨... 최인혁씨 정말 싫었었거든요?"

"... 네."

"근데... 저까지 미워하면... 형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전 그냥 놔버렸어요. 미워하는 감정이고 뭐고 다요... 그냥 형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 죄송합니다."

"이젠 죄송할 짓 하지 말고-... 형... 행복하게 해주세요. 엄마는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약이겠죠."

"......"

"그럼 잘 부탁드려요, 민우형."




그렇게 인혁에게 환하게 웃어준 민수는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그런 민수와 민수의 어머니가 가는 것을 창 밖으로 바라보던 인혁은 끝까지 챙기지 않은 선물들을 생각하곤 눈꼬리를 약간 휘어 웃었다. 태워버리고 버리시려나? 생각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인혁은 기지개를 펴며 준중환자실에 있는 민우에게 향했다. 







*   *   *






"엄마."

"왜?"

"... 아기 봤지?"

"...... 어-."

"여자아기인게 확실히 티나더라... 조그만한데 그 안에 눈, 코, 입,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있는게 신기해."

"......."

"민우형보다는... 그... 최인혁씨 많이 닮아 보였지?"

"...... 코랑 귀는 민우 빼다 박았던데, 뭐."

"... 아기인데 그게 보여?"

"그럼... 민우도 태어날때부터 코밖에 안보였잖아. 그 아기도 똑같아서 신기하더라..."

"...... 자세히도 봤네."

"애가 무슨 죄겠냐... 애는 죄 없지. 좀 밉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슬며시 웃는 어머니의 미소 속에는 슬픔도 담겨있어서 민수는 다시 앞만 바라보고 운전에 집중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인혁이 은근한 고집으로 결국 끝까지 챙기지 않은 선물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은 이것들을 버리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그를 용서하는 날...

민우를 용서하는 날...


그 날 옷을 입고... 신발을 신자......






*   *   *





민우가 깨어난 날... 거친 손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느꼈다. 손을 살며시 움직이니 자신을 잡고 있는 손은 조금 더 힘을 주어, 민우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 살았구나... 살았어......



인혁은 깨어난 민우를 보자마자 아주 환하게 웃어주었다. 지금까지 저렇게 환하게 웃는 것을 본 적 없는 민우는 그 웃음이 신기해 잘 움직여지지 않는 손을 가져다 인혁의 뺨에 갖다대었는데, 그 순간 인혁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져서 민우나 인혁 둘 다 당황했다. 인혁은 자신이 왜 우는지도 모르겠지만... 눈물이 멈추지도 않아 꽤나 당황했다. 봉인된 감정이 갑자기 풀려서 제어하지 못하는 까닭이었다.


2주였다. 물론 그렇게 긴급한 큰 수술에 이정도 상태면 아주 양호한 것이며 깨어날 것을 분명 알고 있었지만... 2주 간 인혁은 모든 것을 억누르고 있었다. 온갖 불안과 슬픔, 고통에 죽을 것 같았던 감정이... 민우가 깨어나자마자 폭풍처럼 밀려들어왔고, 인혁은 절제되지 않는 감정에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고 왜이러냐며 덜덜 떨며 눈물을 닦아낼 뿐이었다.




"... 울지마세요... 교수님..."

"좋아서 우는거다..."

"...... 아기는요?"

"건강해. 딸이고- 지금 인큐베이터에 있어."

"... 아... 보고싶은데."

"몸 좀 회복되면 바로 보러가자. 얼마나 예쁜지 몰라."

"... 사진 좀... 보여주세요."




인혁은 얼른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여주었고, 민우는 환하게 웃었다. 눈가에 고여있는 눈물은 흘렀지만...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좋아요?"

"... Dr.Will..."

"사람 놀래키는 재주는 특출나네요. ...긴급수술은 처음이네요, 정말. 긴급수혈도 처음이고."

"죄송해요."

"뭐, 건강하니 됐어요. 회복도 빠르고... 제 케이스들 중 가장 상태 좋아요."

"감사해요."

"저보다는 어머니께 감사하세요."

"... 예?"

"Rh- O형 피는 병원에서도 구하기 어려운데... 몰래 수술하는 우리가 어떻게 구할 수 있었겠어요... 어머니가 수혈해주셨어요."

"......"




민우는 인혁을 바라보자, 인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민우는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고 끅끅대며 우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그런 민우가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안아주는 것은 인혁의 몫이었다. 잘 될거라고 끊임없이 되뇌며 말이다.



회복은 빨랐다. 비장이야 없어도 관리만 잘하면 되고, 간은 아주 일부만 절제했고, 장을 누르고 있던 아기가 나오자 소화기능도 회복이 되어 잘 먹을 수 있었다. 수술한 지 두 달이 안 돼 일반 병실로 옮겼고 아기를 매일같이 보러 다녔다. 신기하게도 아기는 민우의 목소리만 들리면 눈을 뜨고 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배냇짓을 하며 웃어보이곤 했다.




"민우샘- 고만 사... 모빌 내가 사놨잖아."

"... 아니... 생후 1, 2개월 애들은 색깔보다는 흑백이 눈에 들어올 때라..."

"...... 그래서 칼라랑 흑백 모빌을 다 사시겠다? 대단하시다, 정말."




민우는 매일같이 인터넷 쇼핑으로 아기용품을 샀고 병원으로 쉴 새없이 택배가 날라오곤 했다. 재인은 못말린다는 듯 웃어보이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민우의 출산과 회복이 앞당겨져서 레지던트 과정을 미루지 않고 바로 들어가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그럴거면 왜 자기 속썩였냐며 화를 내셨지만 재인의 애교 몇 번에 바로 풀어지시곤 레지던트 과정 잘 받으라며 격려해주셨다.




"전문의 과정 잘 받아. 잘 견디고."

"아기 사진 계속 보내줘, 알았지? 나 고모라고 교육시키고."

"그래, 알았어."

"아기용품 좀 고만 사모으고... 아주 병실 안이 꽉찼다, 찼어."

"...... 고마워, 재인샘."

"건강해, 민우샘."




민우와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서자, 재인의 짐을 인혁이 들어주었고 재인의 차에 실어주었다. 그렇게 무표정으로 재인을 배웅하는 인혁을 향해 재인은 목소리를 높여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계약기간은 민우샘 회복될 때까지였는데... 다행히 제시간에 레지던트 과정 들어가게 됐네요."

"강재인 선생 간병 덕분에 빨리 끝나서 그렇지. 보통 1년을 중환자실과 병실에 있는다는데... 이민우는 3개월이라니까."

"한 일도 없어요, 사실."

"그래도 계약은 유효해. 이사장되면 나 마음껏 부려먹어."

"그럴려구요."

"어떤 걸로 부려먹을건데?"

"우리나라 최대 중증외상센터를 세울거에요. 서울에."

"......"

"그때 그 센터장을 맡길거에요, 교수님께. 그때까지 국가 차원에서 지원받도록 로비도 하고- 제대로된 경영 전쟁을 해볼 생각이에요."

"... 강재인 선생."

"저라면 가능해요. 그럼 제 소원 들어줄 수 있게끔 최고의 실력을 키워두세요. 교수님도, 이민우선생님도요."




그 말을 끝으로 인혁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재인은 차를 몰고 가버렸고, 인혁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다시 이민우를 향해 걸어갔다.


그래, 그 날이 오면 나도 좋겠다.





*   *   *





"미국에 꼭 가셔야 돼요?"

"난 미국사람이거든요? 한국에서 1년동안 사느라 얼마나 고생한줄 모르시네."

"......"

"그것도 그렇고... 사실 미국에 있으면 남성임신 케이스가 많이 들어와요. 그렇게 또 세계를 떠돌아야죠. 날 필요로 하는 사람들 위해."




공항까지 와서 붙잡고는 안가면 안 되냐는 민우의 말에 Dr.Will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정이 들었는지 대놓고 너무 아쉬워하는 민우를 본 인혁은 민우가 안고 있던 아기를 건네받아 안아주었다. 그리고 민우는 Dr.Will을 꼭 껴안고는 감사했다고 말하자, Dr.Will은 더 환하게 웃고- 나도요. 라고 말했다.




"아기... 한번 안아봐도 되죠?"

"그럼요."

"...... 신기해요, 볼 때마다...... 아기들을 보면 둘 다 닮거든요."

"......"

"아기 이름은 정했어요?"

"네."

"뭔데요?"

"최이든이요."

"여자애 이름이 이든이요?... 최인혁씨가 지었죠?"




Dr.Will이 센스없다며 투덜거리는 것을 보고 인혁은 약간 발끈해서 말했다.




"이든은 착하고 어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그걸 떠나서... 내 성만 넣지말고... 이민우 성도 넣고 싶어서......"

"... 어, 진짜요?... 아, 그래서 자꾸 최이- 만 고집하신거군요."

"... 결국 이름은 든이네요. 여자애이름이... 든이..."




민우는 몰랐다는 듯이 놀랐고, 벌게진 얼굴을 돌리고 든이가 뭐가 어때서 그러냐며 중얼거리는 인혁이었다. Dr.Will은 아기를 보고- 든아... 너 저런 아빠들하고 살라면 힘들겠다. 얼른 커서 니가 돌봐드려라... 라고 말한 후 아쉬운 표정으로 Dr.Will은 인혁에게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겨주었다.




"갈게요. 건강하게 잘살아요."

"Dr.Will도요."

"... 나중에 만나면 장준혁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리고 환자랑 의사 사이로 만나지 맙시다."

"그래요. 건강하게 만납시다."




그렇게 Dr.Will은 공항으로 들어가는 것을 끝까지 본 인혁과 민우는 차에 올라탔다. 칭얼거리고 우는 이든에게 자연스럽게 우유를 꺼내 먹이는 민우를 보고- 인혁은 차에 시동을 걸며 안 힘들어? 힘들면 내가 먹일까? 라고 묻자 민우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괜찮아요. 집에 가요. 병원 들어가봐야되죠?"

"그래야지. 태워다주고 갈게... 그나저나 혼자 애보는거 안 힘들어?... 베이비 시터 붙이는건 어때?"

"그냥 제 손으로 키우는게 마음 놓이지... 누구 손에 못 붙이겠어요."

"그래도 무리하면 안돼... 하아... 휴직할까?..."

"... 네?..."

"...... 이든이 보고싶어서 병원에서 일이 안돼."




처음으로 휴직소리가 나오자 깜짝 놀란 민우는 핸들을 붙잡고 진심 울상을 짓는 인혁을 보고 웃었다.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표정도 표현도 다양해졌다... 이든이 덕분에.




"내가 요즘 시간나면 병원 신생아실이나 신생아 중환자실을 들리거든?"

"네."

"... 이든이만큼 이쁜 아는 없드만."

"... 그거 딸바보인거 알죠?"

"객관적으로 본거야."

"철저히 주관적인거에요."

"... 아, 어머님이 사진 보내라 카드라..."

"... 나한테는 연락 한 번 안하시는 분이..."

"...... 뭐, 나한테도 그다지 좋은 소리 안하셔. 다만 이든이 사진이랑 동영상이나 보내래."

"......"

"우리는 정말 싫어하고 미워하신다고 항상 덧붙이셔... 근데 애는 무슨 죄냐면서 이든이는 예뻐하시더라."

"......"

"... 한번 애 데리고 어머니한테 다녀와. 많이 보고싶어하시는것 같으니까..."

"...... 다음 주 쯤에 한번 가죠, 뭐..."

"너무 오래 가 있지는 마."

"......"

"보고싶으니까."




그 말에 피식 웃은 민우가 이든아- 아빠가 팔불출 다됐다, 그치? 딸바보 다됐어... 라고 말하자 아기의 웃음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




"... 사실 이든이 보다."

"......"

"민우 너 보고 싶어서 안돼. 너무 오래있지는 마."

"......"

"다음 주 쯤에 기차로 갈래? 아니면 차로?"





차로 갈게요... 하고 고개를 숙이고 웃는 민우는... 아직도 자신을 보고싶다고 말해주는 남자가 고마웠다. 그런 민우를 보고 다시 창 쪽으로 시선을 돌린 인혁은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민우..."

"......"

"... 고맙다... 그리고 사랑해."

"... 저도요..."

"......"

"...... 많이 사랑 해요."




아직도 서툰 사랑 고백...... 그 둘의 고백에 지금은 그저 옹알이할 뿐인 아기는 배냇짓을 하며 웃었다.








-fin.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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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 - 22

Fiction/인혁민우 | 2014.08.15 19:45
Posted by Fakeforfic




어둠 속 차 안에 단 둘이 앉아있는, Dr.Will 그리고 인혁은 담배가 심하게 땡긴다는 것을 느꼈다. 담배 필래요? 라는 말에 인혁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헤비 스모커지만 임신한 사람 곁에 담배 피는 사람 자체는 독이라 단번에 끊었고- 그 금단증상으로 민우 모르게 주사까지 맞은 인혁이 두 달만에 겨우 담배 생각이 안 나는데-... 다시 피우면 걷잡을 수 없을 듯 해서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다가 뒷자리에 쌓여있는 약품들과 기구를 보고 슬핏- 웃음을 흘렸다. 병원에서는 가볍게 처방만 내리면 되는 남아도는 약품들과 여러 장비 및 기구들이 병원 밖에서 뒷거래로 사다보니 몇 배로 사야했고, 몇 배로 사는 것은 둘째치고 사기도 어려웠다.




"... 병원 들어가봐야되죠?"

"... Call오면 가죠, 뭐."

"그러다가 짤리겠어요?"

"... 오히려 병원에서 살면 적자낸다고 자른다고 하는데요, 뭐."

"흠- 그래요?"

"... 이번 달 병원에 좀 없었더니- 처음으로 흑자가 났더라구요. 뭐, 얼마되지도 않지만."




씁쓸한 표정에 인혁을 보고는 Dr.Will은 담배대신 커피를 건넸고... 이젠 밥보다 더 먹는 것 같은 커피에 이골났지만 졸린 눈을 뜨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어서 인혁은 단숨에 들이켰다. 곧 있으면 물건이 도착할 것이었다.







[인혁/민우] Father

wb.3F






"야, 최인혁이."

"... 왜?"

"... 무슨 일 있는거냐?"

"뭐가?"

"최인혁이가 병원에 정상근무 외에는 보이질 않는다는 소리가 파다하던데, 뭐."

"콜하면 오는데 왜?"

"콜하기 전에 뛰어오던 놈이 어디갔냐 이거지."




한구의 말에 머리를 긁적인 인혁은 놓여져 있는 서류만 해도 골치 아픈데 자신에게 끊임없이 들이대는 한구가 귀찮은듯 노려보았다. 그런다고 물러날 한구도 아니지만.




"... 그런데 요즘 또 요상한 소문이 들린다 이거지."

"...... 또 뭐?!"

"... 백화점 명품관에 매일같이 최인혁이가 드나든대. 그리고 쇼핑백을 한가득 들고 나온다는거다."




이 부산바닥은 왜이리 좁은거야? 하고 한숨을 쉰 인혁은 사실이냐는 말에- 거짓말 쳐봤자 증거 확보하고 이러는 놈인줄 알고 있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신나서 떠들거라고 예상한거랑은 달리 약간 혼란스럽다는 듯이 인혁을 쳐다보는 한구를 보고... 그냥 무시하고 서류를 처리해나갔다.




"... 이민우랑 사귀는데- 웬 명품?"

"....."

"... 이민우 어머니 사드리는거냐?"




... 정신 의학 수업에서 한번도 B이상을 맞아본 적 없는 인혁은 역시나 표정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지 못했고, 바로 놀래서 한구를 쳐다보자... 한구는 나 무당같지? 라며 피식- 웃어보이는 거다. 욕지거리를 뱉어낸 인혁에게 반대가 심한가보지?... 뭐, 당연히 그렇겠지... 잘난 아들놈 의사 만들어놨건만- 웬 40대 아저씨가 데리고 가고... 열받지- 열받아... 라고 말하며 인혁의 속을 긁어대는 것이다.




"그나저나 명품관에서 사는 그런 센스는 어디서 배운거냐?... 너 센스는 팔아먹은지 오래잖아."

"......"

"여자들한테도 선물이라곤 상품권외에는 생각지도 못할 놈이... 너치고는 대단하다?"

"... 몰라, 임마."




아무튼 잘 허락받아라- 난 그래도 니가 사생활이 생긴게 보기 좋다. 그 말과 함께 해맑게 나가버리는 한구를 보고 미친놈- 이라며 온갖 욕을 중얼거리며 뱉어낸 인혁은 커피를 마시다가 휴대전화에 뜨는 많은 숫자들을 보고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신 선생-"

["잘 계시죠?"]

"잘 있어. 국제전화 비싸니까 이메일 하라니까."

["... 그거 얼마한다고 그러세요!"]

"... 고마워. 덕분에 만나게 됐어."

["어머님이 선물이 마음에 드신다고 마음이 풀어지셨어요?"]

"아니- 돌려주겠다고 만나자는데?"

["... 실패네요."]

"그래도 만날 생각조차 안하던 사람이 만나자고 하는 거 보면 성공이지. 고마워. 나는 생각도 못한 방법인데."

["아니에요... 그냥 매일 매일 정성을 들이면 여자는 감동하기 마련이니까... 그러라고 한 거 외에는 뭐..."]

"신 선생이 캐나다 가서도 도움받네."

["... 민우샘은 잘 지내요?"]

"...... 응."

["교수님... 몸 관리 잘하시구요."]

"신 선생도... 그리고 약혼자랑 한국오면 연락해요."

["또 메일할게요."]




끊긴 전화를 바라보다가 인혁은 달력을 보며 크게 별 표시되어있는 날짜를 손가락으로 툭툭 내리쳤다. 일주일 후면 수술할 예정이었다. 약품, 물품 그리고 기구는 생각보다는 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조금만 있으면 다 구할 수 있을 터였다. 재인이 민우의 통증 양상과 시간, 그리고 빈도에 대해서 실시간으로 문자를 해주고 있는데... 민우가 점점 버티기 어려워 보였다. 아기를 위해서도, 민우를 위해서도 수술은 빨리 실행되어야 했다. 다만...




["... 예상치 못하게 이 부분에서 왜 이리 철저한지... 제약회사하곤 다르게 간호사들이 주축이 되어있는 집단이라 그런가봐요."]

["... 수술에 있어서 필요할 텐데... 수술이 크지 않습니까."]

["거기다 한국에서는 극소수라면서요. 최대한 구해보고는 있는데... 어쨌든 수술 때까지는 구해보도록 하죠."]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지만... 일주일 안으로는 구해질 것이었다. 잘 되고 있다고 Dr.Will에게서 연락도 왔고. 인혁은 아까 정리하고 온 통장을 들어보니 잔고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고 피식- 웃어버렸다. 평소에 쓸 일도 없어 쌓아두기만 했던 돈들이 여기저기 뿌려지고 있었다. 그것들이 민우에게 아기를, 그리고 어머니를 안겨줄 수만 있다면 빚더미에 앉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 던지듯이 통장을 서랍에 넣어버렸다. 그리고는 달력의 한 날짜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계속 잘될거라는 말만 되뇌었다.




"최인혁 교수님!"

"무슨 일이야."

"TA환자가..."




그리고 치열한 삶과 죽음의 경계... 그곳에 다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인혁이었다.







***







차를 모는 민수는 뒷 좌석을 룸 미러로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눈을 감고 있었고, 그 옆 자리에는 트렁크에 다 못 실은 옷가지들과 신발들이 차곡차곡 놓여져 있었다. 잠결에 어머니는 그 부드러운 실크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부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네비게이션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고 민수는 얼른 인혁에게 문자를 보냈다. 곧 진동과 함께 온 문자를 보자, 문자에는 최인혁 교수님 긴급 수술 들어가셨다는 거였다. 난감해진 민수는 약간 인상을 쓰다가... 천천히 핸들을 돌렸다. 교수님만 만나려고 했지만... 이렇게 되면......




"... 엄마... 저기 카페에 앉아있어."

"... 뭐야- 다 왔어?"

"아니. 나 누구 좀 만나고 올게. 뭐 좀 시켜줄까?"

"... 그냥 주스 한 잔이나 시켜먹지, 뭐. 갔다와라."




민수가 나가자마자 어머니는 카페에 들어서다말고는 그 건물을 살펴보았다. 산부인과...... 그리고 들어서는 민수를 보고는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민수를 뒤쫓아갔다. 둔한 둘째 아들은 자신을 쫓아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그리고 한 병실에 도착해 들어가버렸고, 여자는 병실 문 틈으로 자신의 첫째 아들을 엿보았다.




"형-... 그 때보다 더 말랐다?!"

"야... 너 여기 어떻게 온거야?"

"형 보고 싶어서 왔다. 근데 몸 괜찮은거야?... 외계인 같어."

"형 만나자마자 그딴 소리나 하고 싶냐?"




웃는 모습조차 안쓰러울 정도로 망가져 있는 얼굴은 흡사 암환자같았다. 배만 나오고 그 외에는 다 말라있었다. 민수는 재인에게 반갑다고 손을 내밀었고, 재인은 맑게 웃으며 그 손을 잡아주며 악수했다.




"형은 복 받았다. 미녀가 간병을 해주네?"

"어머- 민우샘보다 빈말을 잘하시네요?"

"제가 민우형보다 사회생활을 더 잘하거든요."

"빈 말이라 이거죠?"




그리고는 둘 다 호탕하게 웃어버리는 것을 보고, 왠지 둘 다 비슷한 캐릭터라는 생각에 민우는 풋- 하고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제 것처럼 무언가를 꺼내먹으며 자리에 앉은 민수는 민우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몸은 어때? 언제 낳아?"

"다음 주."

"아직 열 달 안되지 않았어?"

"지금 낳아도 아기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우면 되니까."

"그렇구나. 여하튼 잘됐네. 힘줘서 낳는거야?"

"아니- 제왕절개."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 민수는 싱긋- 웃으며 민우의 손을 잡았다.




"그 때는 내가 못 오지만... 수술 잘 받아라."

"그래."

"꼭... 살아라. 형도... 그리고 아기도."

"... 그래."

"수술 들어가기 전에 전화하고... 끝나고 나서도...... 전화해야돼. 알겠지?"




애틋한 동생의 말에 고개를 돌려버리고 갑자기 오글거리게 왜 그러냐? 라는 말을 하는 민우의 눈가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그런 형제의 모습에 잠시 자리를 비켜줘야 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난 재인은 문 틈에서 자신들을 지켜보던 눈을 발견하고는 얼른 뛰어나가 도망가려는 여자의 손목을 붙잡았다.




"누구세요? 누군데 엿보신거에요?"

"... 엄마..."

"...... 민우샘... 어머니세요?"

"......"




곧 뛰쳐나온 민수의 말에 재인은 여자의 손을 놓아주었지만, 여자의 시선은 다른 곳에 가있었다. 뒤 따라 나온 민우... 그 창백해진 모습과 더 튀어나와 있는 배...... 인상을 쓴 어머니는 뒤돌아서서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돌돌돌 소리가 여자를 뒤쫓았다. 그 소리에 뒤를 돌으니 그 여윈 모습으로 약을 걸어놓은 걸대를 끌고 자신을 뒤따라오는 민우였다.




"...... 엄마..."

"......"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

"......"




눈물을 뚝뚝 흘리는 민우의 모습은 누가 봐도 불쌍했고 처연했다. 병색이 짙은 얼굴과 몸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흘리는데... 그 모습을 보고 민우의 어머니는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정말... 미안해......"

"......"

"나... 용서해주면 안돼?"

"...... 민우야."

"......"

"... 애랑 그 사람 놓고 미국가자."

"... 엄마......"

"너 옛날에 미국 가고 싶어했는데 돈 없어서 못 보내준게 잘못한듯 싶다. 집 팔고... 미국가자."




그 말은 용서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지금의 민우를 용서할 수 없었다. 다만 아이와 남자를 포기한 민우를 받아들이겠다는 협상이었다. 그러자 민우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했다.




"... 미안해, 엄마."

"......"

"난 포기할 수 없어."

"... 왜 인생을 망치려고 그래! 잘난 인생, 왜 시궁창에 굴리려고 그러냐고!... 대한민국에서 남자랑 살면서 애 키울 수 있어?"

"엄마, 그만해! 이민우 아프단 말야!!!"

"놔! 호적이나 제대로 올릴 수 있어? 나중에 왜 엄마는 없고 아빠만 둘이냐고 애가 물으면 너 어떻게 대답할거야, 어?!"




민수가 말려도 어머니는 민우를 붙잡고 제발 엄마 말 들으라는 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민우는 그저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있는 듯 없는 듯한 미소와 함께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그리고 병원 복으로 대충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환하게 웃은 민우는 말했다.




"... 그건 나도 아이도 살고 나서의 문제야. 그때 가서 생각할래."

"......"

"엄마... 나 살고 나서 이야기 하자."




죽을 기로에 기꺼이 다가서겠다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다가섰다. 그리고 세차게 뺨을 때렸다. 짝- 하는 소리는 텅빈 복도를 울렸고,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고만 있던 간호사는 얼른 달려와서 민우를 부축했다. 붉어지고 부은 뺨을 손으로 감싼 민우는 이제는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민우를 제외한 사람들은 민우 어머니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래-... 어디 니 마음대로 해봐라. 후레자식아... 살고 나서 이야기 하자고?"

"......"

"... 개소리 하네. 내가 살아도, 죽어도... 너랑 이야기 할 일은 없을거다."




그리고 어머니는 돌아섰다. 민수는 엄마! 무슨 말을 그런식으로...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쨍그랑 하고 병 깨지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고 둘 다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간호사가 붙들고 있었고, 재인도 얼른 달려와 쓰러진 민우를 붙잡아서 낙상은 크게 벌어지지 않았지만... 약병은 깨져있었고, 민우는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바지는 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민우샘! 정신차려!!! 민우샘!!!!!!"




재인의 비명에 극소수의 의료진들이 모두 달려들어 민우를 병원 침대에 실었고 바로 수술실에 들어섰다. 그 모습을 그저 민우의 어머니는 주저 앉아 지켜보았고, 민수 또한 넋을 놓아버렸다.








***








수술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를 받아든 인혁은 울며 전화한 재인의 전화를 받아 소식을 들었고, 바로 차에 타 엑셀레이터를 밟고 또 밟았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뛰어들어가자 재인은 울면서 인혁을 맞았다.




"강재인 선생!... 어떻게 된거야!"

"어머니랑 말다툼하다가... 쓰러졌는데... 하혈을 해서 검사 들어갔어요. 그런데 위급하다면서 수술 당장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대요."

"...... 어머니는?"

"병실 안에..."




인혁은 걱정말라면서 되레 재인을 달래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넋을 놓은 어머니와 민수가 자리에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고, 인혁이 들어서자 조금 정신을 차린 민수가 인혁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민우의 어머니는 여전히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보다 형은요?"

"... 수술 들어가야 합니다."

"...... 괜찮겠죠?"




아무 말 하지 못하는 인혁을 보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한 민수는 곧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고, 어머니는 아직도 그 표정 그대로였다. 넋을 놓아버린 표정에 인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나와버렸고,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Dr.Will은 간호사와 함께 수술 준비에 한창이었다.




"상태는요?"

"지금 마취 들어갔어요."

"......"

"어쩔 수 없었어요. 지금 바로 수술 들어가지 않으면 아이도, 이민우씨도 위험해요."

"장기 손상 있습니까?"

"Spleeen(비장) 손상 있어서 적출해야해요. Lt.Kidney(신장) 상태도 확인해봐야겠구요. Liver(간)까지 손상이 갔을 가능성도 있어요."

"... 씨발."

"...... 원래도 손상이 있었는데... 갑자기 온 충격에 물리적인 손상이 심해진 것 같아요. 간담췌 전공이시니까..."

"......"

"이따 도와주셔야 할지도 몰라요."

"... 알겠습니다."

"근데 문제는 아시죠?"

"......"

"피요."





인혁은 주먹을 쥐었다. 손은 금세 창백해졌지만... 곧 힘을 풀어버렸다. 수술이 시작되었고, Assist하는 인혁은 복부 상태를 보고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것을 깨달았다. 일단 아이를 꺼내야 했다. 특이한 구조의 장기로 인해 더욱 조심해야 했고, 섬세하게 수술은 이뤄졌다. 인혁과 Dr.Will의 이마에는 땀이 가득했고, Circulating 간호사는 그 땀을 닦아주었다.




"Bovie(전기 소작기) 낮춘거 맞아요?"

"50의 50입니다."

"35에 35로 낮춰주세요."

"Sponge Stick."




그리고 거의 손바닥만한 아기는 나왔다. Spoid로 아기의 입가와 콧 속을 양수로 부터 빨아들였고, 아기는 응애하고 얇은 목소리를 내었다. Dr.Will은 눈물이 맺혀있는 인혁에게 Scissor을 주었고, 인혁은 탯줄을 잘랐다.




"축하합니다. 딸입니다. 손가락, 발가락 열개 봤죠?"

"......"

"그리고... 이제 시작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인혁은 태반을 제거하고, 그곳을 Suture(봉합)하기 시작했다. 아기는 옆에서 간호사에게 처치되고 있었고, 칠삭둥이치고는 Apgar Score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간호사의 말을 들었다. 그러나 인혁은 그 말보다는 민우의 수술에 집중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지만 죽을 힘을 다해서 수술에 임하고 있었다.




"... 출혈이 심각해요. 마취과-"

"... 수혈 받지 않으면 위험해집니다."

"......"




인혁은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민우의 상태를 보더니 피 없으면 분명 죽는다는 직감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잠깐 나갔다 오겠다며 수술실을 나섰고, 말리지도 못한 Dr.Will은 그저 수술에 집중할 뿐이었다. 수술복을 벗지도 않은채 피투성이가 되서 빠르게 걸어들어오는 인혁을 보고 놀란 재인을 보지도 않고 병실로 들이닥친 인혁은 민수에게 다가갔다.




"이민수씨, 자네 혈액형이 뭐야?"

"... Rh- B형이요."

"씨발... 친척들이나 주위에 당장 전화해서 Rh- O형 피 구해봐요! 최대한 은밀히!"

"......"

"RH-O형 피가 없어서 죽게 생겼어. 강재인 선생도 얼른 구해."

"혈액원에서..."

"이민우 생체 실험 당하라고?"

"... 엄마......"

"......"

"엄마... RH- O형이지?"




민수의 말에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인혁의 눈은 어머니에게로 향했고, 어머니는 천천히 민수와 인혁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혁은 여자의 눈에 어떤 감정이 서려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지만... 천천히 민우의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었다.




"... 제발 부탁입니다. 헌혈해주세요. 안그러면..."

"......."

"이민우- 분명 Shock으로 죽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채 덜덜 떨면서 여자의 다리를 붙잡는 인혁을... 민우의 어머니는 아직도 그 속모르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민수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손을 붙잡았다.




"... 엄마... 부탁이야... 이민우 좀 살려줘."

"......"

"형... 죽을 수도 있다잖아!"




여자는 천천히 민수에게서 자신의 손을 떼어놓았고, 아직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인혁을 바라보았다. 희끗희끗 흰머리가 보이는 머리카락을 보고 픽- 웃음이 나와버렸다. 미친 자식.


문제는... 그 미친 자식이 내 새끼라는 것......


그리고......





"... 수혈 할게요."






... 민수의 말마따나... 그 미친 내새끼가 죽으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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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 - 21

Fiction/인혁민우 | 2014.08.10 03:06
Posted by Fakeforfic







[인혁/민우] 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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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한바탕 극한의 고통이 민우를 훑고 지나간 이유였다. 평소라면 참았겠지만- 옆 침대에서 선잠을 자던 재인이 금세 민우의 신음소리를 듣고 일어나 바로 간호사에게 알렸고, 간호사는 PRN(수시로 처방가능한)으로 처방되어있는 진통제를 주사했고 약물이 투여되자 통증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재인은 손에 피가 하나도 통하지 않는 것처럼 창백해져 있는 민우의 손을 보고 손을 잡아 준 후, 그 옆에 완전히 구겨져 있는 이불을 펴주었다. 그러나 구겨져 있는 이불은 쉽사리 펴지지 않았다.




"... 이제 괜찮아?"

"...... 고마워, 재인샘."

"그나저나 통증 빈도가 늘었어, 민우샘."

"...... 어..."

"전에도 하루에 한 번씩 아팠어?"

"......"

"... 이젠 하루에 한 번도 아니라... 거의 두, 세번도 아픈 것 같은데......"




그저 옅은 미소를 짓는 얼굴을 보고 재인은 보조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민우를 바라보았다. 민우의 얼굴은 지금 거의 반 송장 수준이었다. 잦은 고통은 주기적으로 민우를 괴롭혔고, 그 고통은 점점 빈도가 많아지고- 강도가 세졌다. 그 고통이 밥 먹는 중이나 후에 나타나면 게워냈고, 그 후에도 식사를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빠지면 안되는 살이 자꾸 빠져서 영양제를 필수적으로 맞고 있고, 고칼로리 음식을 먹는 민우였다.



"민우샘- 이거 먹어."



민우는 재인이 주는 초코바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먹었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단 맛이 입 안에 퍼졌고 민우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재인은 다른 초코바의 껍질을 벗기자, 민우는 이제 그만 까라고 짜증을 냈다. 그런 짜증이 재인한테 통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지만.



"새벽에 교수님이 사놓고 간거거든?"

"... 교수님 왔다 가셨어?"

"어. 수술 끝내고 오셨는지 아주 그냥 피비린내가 장난 아니더라. 씻지도 않고 달려오신 모양이더라고."

"... 아, 깨우지..."

"...... 그럴 수가 없었어."

"응?"



오자마자 손을 깨끗이 닦고 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한 인혁이 미동도 않고 민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민우의 배에 손을 가져다 대자, 태아의 태동은 미세하게 느껴졌고, 인혁은 슬며시 미소를 지은 후 민우의 배에 마스크를 한 채로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곧 민우의 얼굴을 쓰다듬고는 이것저것 주전부리가 담긴 멋없는 검은 비닐봉지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자는 척하며 몰래 지켜 본 재인은 다시 잠들지 못했고, 약간 잠이 들었을 새벽에 민우의 신음소리에 다시 깰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니까 먹어. 교수님이 너 살찌우려고 특별히 수술 마치고 사온거잖아."

"... 아침밥 먹고 먹을게. 이거 먹으면 밥이 안먹힐 것 같아서 그래."

"...... 그럼 까놓은 건 내가 먹어야겠다."

"요즘 병원이 바쁜가봐?"

"응?"

"교수님이 새벽에만 오시잖아."

"... 출장이 많은것 같은데? 물어보니까... 요즘 교수님 틈만 나면 자리 비우신대. 물론 콜하면 뛰어오셔서 해결하시지만."




무슨 일 있으신가? 고민하는 민우를 보고... 니 걱정이나 하세요. 라고 말한 재인은 냉장고에서 오렌지주스를 꺼내 민우에게 건넸다.








***






회사에 월차를 내고 집에서 쉬고있는 민수는 쉬는게 쉬는 것이 아니다 싶었다. 여전히 어머니와의 냉전은 진행중이었다. 정말 민수가 집을 나가기 바라는 것인지 말 한마디 안 거시는 것을 보고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민수가 어머니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스포츠 채널을 보다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아주 그냥 말아먹는 것을 보고 에이- 씨발... 되는게 없어... 하며 욕지거리를 뱉어낸 민수는 밖에 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택배요- 라는 소리에 얼른 뛰어나가 택배를 받았다.


꽤 부피가 큰 상자를 보고 뭐지 싶어 상자를 열어보니 여성정장 한 벌과 여자 구두가 있었다. 민수는 그것이 명품 신상품이라는 것은 바로 알아챘다. 그리고 보낸이가...




"만지지 마라."

"......"

"... 다시 보낼 거니까 놔둬."




그사이 수척해진 어머니는 안방에서 나와 건조한 눈빛으로 민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으로 말을 건 어머니를 민수 또한 정겨운 눈빛으로는 바라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 언제부터 왔어? 계속 온거지?... 민우 형 방에 쌓아져 있던 택배 상자들 정체가 이거였구만."

"... 다시 갖다줄거니까... 냅둬라."

"... 계속 옷이랑 신발 보낸거야, 최인혁씨가?"

"......"

"... 다시 보낼거면 일주일 안에 보내야돼. 환불해야하니까."

"주소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못 보낸거다."

"... 웬만하면 엄마.. 받아주지?"

"......"

"이거 엄마 사이즈네. 신발도 옷도... 디자인도 신경썼고... 고르고 골랐다는게 티가 나는데, 그 정성을 봐서라도..."

"됐다."

"......"

"인연 끊었다는데... 뭔 말이 그리 많아?"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려는 어머니를 붙잡은 민수는 택배 안에 놓여져 있는 편지를 어머니 손에 쥐어주었다.




"편지는 읽어봤어? 매일 매일 손편지 쓰는 것 같은데... 형 말 들어보니까 매일 잠 못자면서 수술한다는 교수야. 그렇게 시간없는 사람이 이런 정성을 들이고 있잖아."

"... 그런게 뭔 상관있는데... 나하고?"

"엄마-..."

"내 아들 앗아간 놈이다."




확고한 어머니의 눈빛에 비웃듯이 한쪽 입가만 비틀어 웃어버린 민수는 다시 표정을 굳히고 어머니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저 선물 저렇게 방치해 놓는거는 받았다는 뜻이야."

"......"

"... 만나서 담판을 지어."

"담판 지을 거 없어."

"저쪽에서 저렇게 나오는 거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 난 것이 없는거야."

"......"

"... 토요일날 시간되지? 부산으로 가자. 저 선물 보따리 싸들고 가서 던져. 필요없으니까 보내지 말라고 엄마가 직접 말해. 그리고 결판을 짓던가."




그렇게 TV 테이블 둘째 서랍에 놓여져 있는 차 키를 들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버린 민수를 바라보던 어머니는 널부러져 있는 옷가지와 신발, 그리고 편지조각을 인상을 쓰고 보다가 대충 정리해서 민우의 방에 던지듯 놓아버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집은 차가웠다.









***








"... 왜 이민우씨나 최인혁씨나 산송장이 되어있는겁니까?"

"......"




커피 한잔을 건네준 Dr.Will은 잔뜩 인상을 쓰더니 그전에도 폐인같아서 더이상 내려올 것 같지 않았던 최인혁의 다크서클이 내려올 만큼 내려와있고 안구는 심하게 충혈된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살도 꽤 빠진 것 같아서 둘 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되는데요?... 라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Dr.Will에게 옅은 미소를 지은 인혁은 커피를 마셨다.




"... 정신은 또렷해요. 다만 최선을 다하다보니... 몸이 쉴 틈이 없을 뿐이죠."

"...... 너무 병원 일에 몰두하는거 아니에요?... 이민우 산모한테 신경 좀 더 쏟죠?"

"이민우한테 신경쓰느라 병원 일은 뒷전입니다."




날카로워진 Dr.Will의 말에 바로 해명을 하는 인혁이었고, 인상을 썼던 Dr.Will은 바로 표정을 풀었다.




"... 욕심이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이민우가... 잃지 않았으면 해서요."

"...... 어머니 말씀이시죠? 욕심이긴 하네요. 하지만..."

"......"

"잃기엔... 너무 큰 존재죠."




Dr.Will은 턱을 괴고 인혁을 빤히 바라보자, 인혁은 왜요? 라고 물었다. 피식- 웃은 Dr.Will은 책상을 그 마른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 아이 아버지들은 세가지 부류가 있어요. 자신의 아이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모르거나... 자신의 아이를 가진 남자를 버리거나..."

"......"

"...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연인의 모든 것을 끌어 안던가...... 웃긴 건 뭔지 아세요?"

"... 뭔데요?"

"사망률과... 비례해요."

"......"

"자신의 아이를 가진 남자를 버린 사람들의 아이는 대부분이 죽거나... 산모가 죽거나 혹은 심한 후유증을 남기죠. 그에 비하면 아이와 산모를 받아들인 남자들의 아이와 산모의 사망은 지금까지 없었어요. 후유증도 그다지 크지 않구요. 모르는 케이스는 그것의 절반..."

"......"

"... 끌어안은 만큼 고생하고 있지만...... 잘 될겁니다."




인혁을 보고 웃어보인 Dr.Will을 보고 인혁 또한 고개를 숙이고 약간 웃었다. 항상 긴장 속에 살아가는 인혁에게 이 위로는 아주 달디 달았다.



"... 뭐, 어쨌든... 7개월이 다 됐으니... 이제 수술을 하려고 합니다."

"네."

"아시다시피 자연분만은 당연히 불가능하고요. 제왕절개를 해야합니다."

"......"

"아기의 위치가 오른쪽으로 가서 간과 신장을 손상시켰다면 꽤 위험해질 뻔 했지만... 다행히도 아기의 위치가 거의 왼쪽에 있어서 장기 손상의 위험이 준 것이 다행인 점이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구요. 기간이 조금 더 지나 아기가 커지면 간도 손상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술 날짜는..."




Dr.Will은 달력을 보여주었고, 인혁은 동그라미 쳐져 있는 날짜를 바라보았다.




"... 준비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동안에도 바빴지만, 저도 더 바빠질 겁니다. 일단 극비리에 해야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서요. 무엇보다... 큰 수술이니까... 아시죠?"

"... 네, 압니다."

"...... 도와주셔야 할 부분이 많을겁니다. 제가 연락하면 받아주시고... 신경써주세요."

"...... 네."

"아마 그다지 깨끗한 거래 현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염려 하지 마십시오. 이민우 몸에 손상만 되지 않는다면... 뒷거래건 뭐건 상관없습니다."




그 말에 아주 마음에 든다는 듯이 미소를 지은 Dr.Will은 그럼- 부탁드리죠. 라는 말을 했고, 인혁은 그저 건조한 표정으로 동그라미를 바라볼 뿐이었다.








***








"... 하루에 두, 세번씩?"

"네. 그때마다 주사 투여하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 밥은?"

"억지로 먹죠. 먹고 나면 불편한가봐요. 통증이 바로 오면 게워내고..."

"...... 암환자 같네."

"머리만 안빠졌지... 몰골은 암환자보다 더해요."




재인은 인혁에게 받은 커피를 마시다가 오늘 커피만 세 잔째라는 생각에 곧 입을 떼내었다. 생각보다 간병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민우의 Pain은 심각했고, 그것에 긴장을 놓지 못하는 재인이었다. 잠깐 한눈 팔았다가 쓰러질 듯이 비틀대는 민우를 발견하고는 식겁한 일은 한 두번 일이 아니었다. 그 주제에 의지하는 것은 얼마나 미안해하는지... 게워낸 후 몸에 묻은 토사물을 혼자 닦아낸다고 한 시간을 화장실에 있다가, 열받은 재인이 간호사에게 화장실 문을 따달라고 부탁해서, 따고 들어가 씻는 것을 돕자 금세 끝날 일인 것을 알고 겸언쩍어 하기도 헀다.




"... 자네가 고생이 많네... 정말 절하고 싶을 정도야."

"...... 뭐, 거래니까요."




그 말에 인혁은 피식- 웃고 재인을 바라보았다. 옅은 미소를 걸고 있는 재인은 휴대전화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난리치시는거 수습하느라 혼났어요. 아직도 한소리하시구요. 뭐, 뒤로 미룬 것 뿐이라고 말씀드리니까 조금 잠잠해지셨지만."

"......"

"... 잠깐 미루고 민우샘만 돌보면 교수님께서 소원 하나 들어주신다는데... 그 정도 투자는 할만 하다고 생각해요."

"... 이사장님 후계자 답네, 강재인 선생. 다만, 조건이 있는거 알지?"

"알죠... 다만, 강재인이 이사장이 됐을 때."

"... 자신있나봐?"

"자신 없을 건 또 뭐에요?... 소원- 들어줄 준비나 하세요."

"웬만하면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빌어."

"저 그 정도 상식은 있으니 걱정마세요. 아! 민우샘이 보고싶대요. 새벽에만 다녀가시지 말고 얼굴 좀 보여주세요."




그렇게 웃고 가버리는 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울려대는 휴대전화에 떠있는 생소한 번호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받는 인혁이었다.




"최인혁입니다."

["... 저... 민우 형 동생, 이민수입니다."]

"아... 예."

["... 전화 괜찮으세요?"]

"예, 예- 괜찮습니다."




갑작스러운 민우의 동생이라는 사람의 전화에 꽤나 당황한 인혁은 병원 구석 조용한 곳에 가서 민수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민우보다는 조금 낮은 약간의 탁성의 목소리... 하지만, 목소리나 어투를 보니 인혁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것을 깨닫고 조금은 안심이라고 여기며 전화를 이어 나갔다.




["형- 몸은 좀 어때요?"]

"아... 입원해있긴하지만... 괜찮습니다. 곧 수술 들어갈 예정이구요."

["......"]

"... 최선을 다해봐야죠."




한숨을 쉬는 민수의 침묵 속에는 민우에 대한 걱정과 사랑이 담겨져 있어... 인혁은 입술을 약간 깨물었다. 그러다가 물기 머금은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인혁의 귓가에 들려왔다.




["... 저... 토요일에 시간 괜찮으세요?"]

"... 민우가- 입원도 하고 있고... 서울로 올라가는건 좀..."

["아뇨- 저희가 부산에 내려갈 예정이라서요."]

"... 저희요?"

["네... 엄마랑 저요."]

"......"

["계속 옷이랑 신발 보내셨죠?"]

"... 예."

["... 엄마는 그거 손도 안대고 쌓아놓고 있는데... 주소는 엄마가 형한테 갔다온 이후로 찢어버려서 없어서 반송 시키고 싶어도 못시키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돌려주면서 계속 이럴 수 만은 없으니까, 토요일에 가서 쇼부 보자고 했거든요."]




인혁이 옷과 신발을 보내면서 항상 보낸 이 주소를 우체국 주소를 적어 보냈다. 반송시킬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걸 막기 위해서였다. 옳은 결정이었고, 이렇게 일이 진행되는구나, 싶어서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토요일에 뵙죠."

["... 아마... 기회가 많지 않을거에요... 뭐... 잘 이야기 해보세요... 아직도 내 아들 아니라고 말씀하시기는 하는데..."]

"... 예."

["저도 뭐... 그쪽이 우호적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형을 가족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어쨌든 그 때 뵐게요."]




툭- 끊긴 전화... 인혁은 휴대전화의 액정의 빛이 꺼질 때까지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계단을 타고 민우의 입원실로 들어섰다. 재인은 잠깐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민우가 들어선 인혁을 보고 웃었다.




"... 강재인 선생은?"

"화장실요."

"밥 좀 많이 먹어... 얼굴이 이게 뭐야."

"......"

"왜?"

"... 얼굴 보는거 너무 오랜만이라-."




인혁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는 민우를 보고 피식- 웃은 인혁은 민우의 침대가에 앉았다.




"눈 감아."

"왜요? 얼굴 잊어버릴까봐 외우고 있는데?"

"감아."




인혁은 손으로 민우의 눈을 감기자... 민우는 눈을 감은채 인혁의 시원한 손을 만지작 거렸다. 향을 맡으니 요즘 담배를 안피는지 담배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커피냄새 그리고 잉크 냄새... 비누 냄새...... 피에 젖어있는 그에게서 피 냄새는 나질 않았다. 눈을 감은채 싱긋 웃은 민우는 그 손을 입에 가져다가 키스했다.



"이민우- 내 손 더러워."

"...... 괜찮은데."

"나... 이 닦고 왔어."




그 말에 놀라 민우는 눈을 떴지만, 곧바로 다시 인혁의 손에 의해 눈이 감겼고 민우의 입술에는 인혁의 입술이 덮어졌다. 아무 기교없이 그저 인혁은 민우의 입술을 덮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파고드는 인혁에게 민우는 입술을 열어주었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인혁은 곧바로 민우의 눈에, 코에, 다시 입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와 민우의 병원 복을 걷어 올려 배에도 입술을 포개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 사랑해..."

"......"

"민우야. 그리고 내 아기 나비야..."





그 말에 민우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인혁의 귓가에 인혁이 가장 원하는 말을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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